관공서판촉물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의 기부하는 삶을 담은 책 ‘줬으면 그만이지’(피플파워 펴냄)가 출간 2년만에 재조명되면서 베스트셀러 차트를 역주행하고 있다.

22일 예스24에 따르면,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쓰고 2023년에 출간한 이 책은 4월 4주(16일~22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4위로 올라섰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요지를 낭독한 문형배 전 재판관이 ‘김장하 장학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책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현재 10쇄 인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있다. 나는 과거 경찰로 33년을 일한 뒤 퇴직했다.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끝까지 책임을 지고 버텨낸 시간이었다. 퇴직 후 방향이 바뀐다. 이전엔 국민의 봉사자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글을 쓰고, 사람과 나누고, 새로운 배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경남 사천·진주에서 60년 가까이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을 사회 곳곳에 아낌없이 기부한 인물이다. 1983년 설립한 명신고등학교를 1991년 국가에 헌납했고, 형평 운동·지역 언론·여성 인권 등 다양한 분야를 후원했다.

김 전 이사장은 기부를 조용히, 묵묵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선행은 남의 입을 통해서만 드러나곤 했다. 김 전 이사장에 관한 책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한 기자가 그를 취재한 형식인 것도 그 이유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미국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이 책에서 다양한 성공 사례를 연구하며,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IQ도, 재능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녀가 찾아낸 것은 단 하나, 끝까지 해내는 힘, 그것이 그릿이라고 주장한다.

"성공은 타고난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에 달려있다."(14쪽)

재능은 단기적인 성과를 결정하지만, 그릿은 장기적인 성취를 이끌어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도 포기하지 않는 습관"이다. 때로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의 목표를 잊지 않고 밀고 나가는 자세. 그릿 있는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 속에서 배우고 다시 일어선다.

저자는 그릿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 마인드셋', '목적의식', '자기 조절', '희망'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누구든 지금부터라도 그릿을 키울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이 책은 '그릿을 기르는 네 가지 방법'을 설명한다(128쪽).

첫째, 관심 :열정은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데서 시작된다.
둘째, 연습 : 이는 어제보다 잘 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종류의 끈기를 말한다.
셋째, 목적 :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는 확신의 열정을 무르익게 한다.
넷째, 희망 : 희망은 위기에 대처하게 해주는 끈기를 말한다.

특히 자신의 길을 다시 설계하는 사람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시니어 세대에게 꼭 권하고 싶다. 인생 후반전에도 여전히 우리가 세울 수 있는 목표가 있고,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퇴직은 끝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열정과 끈기의 결실'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나이와 상관없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시니어 세대에게 이 책은, 지나온 삶을 따뜻하게 다독여 주면서도 앞으로의 길에도 작은 불씨를 지필 수 있는 희망을 줄 것이다.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의 네 가지 심리적 자산은, 돈 주고 사는 상품처럼 내게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다. 당신은 관심을 느끼고 발전시키고 심화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훈련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목적의식과 의미를 찾고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희망을 가르칠 수 있다.(제6장 그릿의 성장, 발췌)

말이 필요없는 명저지만,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을 적어본다. "심사숙고해서 목표를 정하고 하루 최대 몇 시간씩만 '양질의 훈련'을 하라"는 것이 그것. 그리고 저자는 '약점에 집중하라', '100퍼센트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김 전 이사장의 삶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2023)도 넷플릭스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투둠(TUDUM)에 따르면 ‘어른 김장하‘는 국내 상위 10위 시리즈 중 10위(4월 17일~23일 기준)를 기록했다. 관공서판촉물 이 다큐멘터리를 찍은 김현지 MBC경남 PD가 쓴 ‘어른 김장하 각본’ 책이 오는 30일 출간될 예정이다.

다큐멘터리의 영화 버전도 극장가에서 재개봉했다. 영화 장르에서 상대적으로 비주류인 다큐멘터리가 재개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0일 CJ CGV를 시작으로 전국 독립영화관으로 확대 상영되고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른 김장하’는 한국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4월 15일~22일 기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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